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 중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스피라일 것이다. 한때 “조선페라리”로 불리며 국산 스포츠카의 자존심을 걸고 등장했던 이 차량은 단종의 아픔을 겪었지만, 최근 다시 부활을 알리며 주목받고 있다.
스피라는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서 단순한 한 줄짜리 기록이 아니라, 실패와 도전, 그리고 재기의 서사를 담고 있는 브랜드다. 이 글에서는 스피라의 탄생부터 몰락, 그리고 화려한 부활의 여정을 깊이 있게 탐구해본다.
스피라의 탄생: 국산 스포츠카의 꿈을 품다
어울림모터스와 프로토모터스, 그리고 스피라의 시작
스피라는 원래 프로토모터스에서 탄생한 프로젝트였다. 프로토모터스는 자동차 디자인 및 개발을 전문으로 하던 업체였고, 1999년 IMF 이후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국산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열망을 놓지 않았다.
당시 대표 김한철은 “우리도 페라리를 만들 수 있다”는 신념으로 PS-II 컨셉카를 개발했으며, 이후 본격적인 양산 모델인 스피라가 2002년에 등장했다.
그러나 양산까지 가는 길은 험난했다. 안전인증 문제로 인해 출시가 늦어졌고, 결국 프로토모터스는 2007년 **IT기업 어울림네트웍스(현 어울림모터스)**에 인수되면서 스피라의 운명이 새롭게 전개된다.
1세대 스피라: 국내 최초의 수제 스포츠카
어울림모터스의 투자로 2010년 마침내 1세대 스피라가 정식 출시됐다.
- 차량 스펙
- 엔진: 현대 2.7L V6 델타 엔진 (트윈터보 500마력 버전도 존재)
- 구동 방식: 미드십 엔진 후륜구동(MR)
- 변속기: 6단 수동
- 최고 속도: 300km/h 이상
- 가격: 7900만 원~1억 6000만 원
출시 초기 스피라는 국산 스포츠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CNN에도 소개되며 “한국의 페라리”라는 별명을 얻었고, 해외 수출까지 시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차량의 완성도 부족, 품질 문제, AS 미흡 등의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외면당하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몰락: 스피라 단종과 어울림모터스의 위기
왜 실패했을까?
스피라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단종을 피할 수 없었다.
- 비싼 가격과 낮은 상품성
- 수제 스포츠카라는 이유로 가격은 높았지만, 경쟁 모델(포르쉐, 닛산 GT-R)에 비해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가 부족했다.
- 품질 문제와 내구성 부족
- 차량 마감과 품질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브레이크 압력 문제, 스티어링 휠 원복 불량 등 기본적인 주행 안정성조차 확보되지 않은 사례가 많았다.
- 판매 부진과 경영난
- 2010년 출시 후 국내에서 26대만 판매될 정도로 시장의 반응이 차가웠다.
- 결국 2015년 어울림모터스는 폐업했고, 스피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부활: 스피라 리나시타와 크레지티 24
2023년, 다시 깨어난 스피라
2023년, 어울림모터스는 **‘스피라 리나시타(Spirra Rinascita)’**를 공개하며 부활을 선언했다. ‘리나시타’는 이탈리아어로 ‘부활’을 의미하는 단어다.
스피라 리나시타 주요 특징
- 전기차 모델과 내연기관 모델 동시 개발
- 전기차 버전: 듀얼 모터, 580마력
- 내연기관 버전: 2.5L 터보 엔진(508마력), 8단 DCT 적용
- 트렁크 공간 개선, 실용성 강화
- 2024년 4월 공식 출시 예정
크레지티 24: 진정한 ‘국산 슈퍼카’의 탄생?
어울림모터스는 ‘스피라 리나시타’뿐만 아니라 또 다른 모델 **‘크레지티 24’**를 공개하며 슈퍼카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 크레지티 24 주요 특징
- 현대 스마트스트림 G2.5T 엔진 기반 (508마력)
- 제로백 2초대, 최고속도 300km 이상
- 풀 카본 바디 적용으로 1200kg 이하 공차중량 달성
- 8900만원~1억3500만원 가격대
어울림모터스는 기존 스피라의 부족했던 점을 개선하고, 가성비 높은 국산 슈퍼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제작 방식을 커스텀 주문생산 방식으로 변경하며 희소성과 차별성을 강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스피라의 미래, 성공할 수 있을까?
스피라의 부활은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반가운 소식이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다.
- 품질 문제 개선
- 과거의 품질 이슈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다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 브랜드 가치와 인지도
- 국산 스포츠카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소비자 신뢰 회복이 필수적이다.
- 판매 전략
- 제한된 생산량과 높은 가격대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다. 국내외 시장에서 어떤 전략을 펼칠지가 중요하다.
국내에서 슈퍼카를 제작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도전이지만, 스피라가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제대로 된 자동차를 만든다면 충분히 성공 가능성이 있다.
마치며: 스피라의 진짜 ‘부활’은 이제 시작이다
한때 “조선페라리”로 불리며 국산 스포츠카의 꿈을 실현하고자 했던 스피라는 단종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다시금 도전하고 있다.
스피라 리나시타와 크레지티 24가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대한민국은 슈퍼카를 직접 만들 수 있는 국가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의 실패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관건이다.
스피라의 부활은 단순한 신차 출시가 아니다. 이것은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에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진 의미 있는 발걸음이다. 우리는 이 차가 다시 도로 위를 달리는 날을 기대해 본다.